스포주의
현재 K-좀비 드라마로 예고편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빠르게 시청하고 왔다. 예고편에서 줬던 긴장감과 논란이 되었던 연기실력에 대한 생각을 풀고 작품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과 아쉬웠던 점, 비슷한 작품을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다.
1. 장점
-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작품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한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다. 원작이 10년 전에 만들어졌기에, 원작을 그대로 재현했다면 현재와 동떨어진 시대상을 그려 낼 수 있었다. 그러나, 2021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며 '부산행'을 봐 좀비라는 존재를 알고 있으며, 드론까지 조종하는 등 요즘 고등학교에 맞게 수정하여 표현했다. 따라서, 옛날 이야기로 느껴지는 것이 아닌 현재와 맞닿아있다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 신예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여 새로운 마스크들을 드라마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기에 배우 자체에 집중하는 것보다 스토리와 배경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 사이에서 새로운 연기잘하는 보석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 학교라는 폐쇄되었지만 익숙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존재하는 공간을 잘 그렸다. 음악실, 방송실, 과학실 등 우리가 한 번씩쯤은 모두 경험이 있는 곳에서 좀비들과의 사투를 그리기 때문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소방호스를 사용한 밧줄, 책상과 의자로 만든 바리케이트, 옥상에서의 SOS신호 등 매우 익숙한 공간과 소재에서의 공포심을 얻고 해결책을 찾아 내는 것을 잘 그려냈다.
- 좀비의 기괴하지만, 역동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어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다. 특히 급식실에서의 군중 좀비씬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백미라고 볼 수도 있다. 좀비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학생들을 보며 심장이 두근두근될 수 밖에 없다.
2. 아쉬웠던 점
-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담으려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루즈해지는 부분이 생긴다. 학교폭력은 물론이거니와 미혼모 문제, 국회의원과 소방관의 마찰, 딸을 구하려는 아버지, 인터넷 성폭력 문제, 자극적인 것만을 쫓아 방송하려는 인터넷방송인 등이 있다.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많은 메세지를 시즌 1개 12화에 모두 욱여넣으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만약 몇 개의 메세지만 좀 덜어냈다면 좀 더 빠르고 긴장감있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 예고편에서부터 논란이 되었던 신인 배우의 연기력 문제다. 아무래도 몇몇의 장면에서 몰입이 깨지는 연기가 보였다. 새로운 마스크임을 감안해도 연기를 너무 평면적으로 해석했다거나 감정의 과잉이 보이기도 했다.
- 반복 또 반복. 아무래도 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 상황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장소를 옮겨다니는 것은 이해하나, 그 빈도가 잦고 그 사이에 패턴이 보인다. '갇힘 > 해결책 세움 > 해결과정 중 희생 > 애도'의 과정을 반복한다. 나중에는 '이거 봤던 장면 아님?'이라며 데자뷰가 느껴질 정도. 전체적인 큰 틀에서 다양한 변형이 있거나, 장소에서 다양한 갈등상황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 주인공이 너무 버프를 많이 받았다. 청산이와 수혁이는 도대체 왜 이렇게 좀비를 잘 피하고 때리는 건가? 남들과 달리 좀비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고 한 번도 물리지 않는 것이... 매번 앞장서서 아이들을 구하고 희생적인 모습을 보여 평면적이게만 느껴졌다.
- 메인 빌런인 윤귀남이 매력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연기는 좋지만, 캐릭터를 너무 가볍고 평면적으로만 소비한 느낌. 매력적으로 연기를 했지만 연출에서 그 매력을 대폭 할인한 느낌이다. 윤귀남이 주인공을 꼭 따라가야만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고, 처치하더라도 정말 말그대로 '좀비'처럼 일어나 일행들을 쫓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인공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같다. 나중에는 등장하더라도 '얜 왜 똥폼만 잡고 아무것도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 '다크나이트'라는 스토리에서 조커라는 메인 빌런이 중요했듯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선 좀 더 윤귀남을 고심하고 활용했어야 했다. 그래도 연기력은 만족했다.
- '과학실에 있는 노트북'이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존재였나? 물론, 과학선생님의 바이러스의 기원이나 자신의 연구과정을 담았지만 결정적인 자료는 없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굳이 답을 안 말하고 노트북을 찾아보라고 해야했는지? 이것은 내가 너무 빠르게 드라마를 봐서 놓쳤을 수도 있다.
-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 엉뚱한 배경음악이나 효과들이 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3. 비슷하게 느껴진 작품
일본 만화 중 '학원 묵시록 Highschool of the Dead'라는 작품이 존재한다. 다만, 성적인 부분을 너무 확대했으며 원작자가 연재 중 사망했기 때문에 미완으로 남았다. 좀비가 학교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를 그린 작품이 공통적이지만, 학원 묵시록은 좀 더 만화적인 느낌(비현실적이지만 액션감이 좋다)을 더 살렸다고 느껴진다.
좀 더 현실적인 좀비물을 원한다면 만화 원작의 '아이엠어 히어로'를 봐도 좋다. 다른 좀비물과 달리 살아생전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이 특징. 높이뛰기 선수라면 계속해서 높이뛰기를 시도한다. 한국의 '스위트홈'과 비슷한 느낌이다.
4. 총평
- 영상이 재미없지는 않았다. 12화, 700분이 넘는 시간동안 하루만에 정주행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몰아치는 초반에 비해서 후반이 빈약했고 인물들의 행동이나 설정에 의문점이 드는 것들이 많았다. 좀비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움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만, 처음으로 좀비물을 접하는 사람에겐 조금 잔인하지만 도전해볼만 하고, 학교라는 곳에서 좀비가 나타났을 때 어떨지 궁금했던 이들에겐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원작의 모습이나 대작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크겠지만, 킬링타임용으로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더 좋은 좀비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니 그것을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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